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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만 알고 시가 쪽은 내가 블로그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요.
암튼 이런 블로그에 오랜만에 시어머니 이야기를 적으려고 해요. 저도 대나무밭이 필요하네요.
어렴풋이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블로그 주소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첫째, 나만의 공간으로 때로는 시댁의 험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둘째, 시댁 식구들이 들어와서 내가 외식하러 간 것, 물건을 산 것 등 사생활을 알고 간섭을 하는 것이 싫어요.(내가 카톡의 프로필 사진을 안 바꾸는 이유) ^^
시어머니는 홀어머니. 남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들 둘을 혼자 키우셨어요.
친정엄마는 남편만 보고 괜찮다고 결혼을 찬성하셨고, 친정아빠는 상견례 때 시어머니를 보고 실망하셨고, 친정오빠는 남편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반대를 했어요.
이모 중 홀시어머니가 있는데 그 이모는 매우 잘한다며 홀시어머니도 홀시어머니 나름이라고 친정엄마는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자신이 있었어요. 지금도 남편을 좋아하지만 그 때는 너무 좋았어요. 가난과 홀시어머니는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가난은 맞벌이부부로 11년차가 되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어졌어요. 성실한 남편도 칭찬할 정도이네요.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홀시어머니의 요구는 변함이 없어요.
1. 시어머니와 안부 전화
결혼 11차인데도 아직도 편하지 않아요. 다만 결혼 11년차가 되니 일주일에 3번하던 전화는 10일에 1번으로 자체적으로 줄였어요.
남편도 시어머니께 전화를 하는데 나까지 따로 전화를 해야 해요.
내가 전화를 15일에 한 번 하면 시어머니는
"오랜 만이다."
라고 말씀을 하세요. 어머니, 저 우리 친정엄마에게는 한 달에 한 번도 전화을 안할 때가 많거든요.
더구나 남편은 우리 친정에 안부전화를 하지 않아요. 결혼을 하고 우리 집에 전화를 건 횟수가 3번도 되지 않아요.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잘만 살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친정 엄마.
내가 남편의 행동을 시어머니도 제 전화를 많이 바라지 말란 내포적인 의미를 담아 이야기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에게
"그러면 안 된다. 자주 전화 드려라."
라고 말씀을 하셨어.
시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리는 부분은 자포자기했어요. 그냥 10일에 한 번 정도 할 말이 없지만 같은 레퍼토리의 전화를 드리기로 했어요.
추석 4일 뒤가 시아버지 제사이네요. 음력 8월 19일. 추석 차례상을 지낸 다음 평일에 기제사을 지내러 가야 해요.
주말부부, 워킹맘여서 부산까지 운전할 자신이 없는 B급 며느리는 작년부터 평일 제사는 가지 못했어요. 부산 운전이 힘들고 주차 공간도 없어서 주차 전쟁을 해야 하는 언덕 위의 동네에 회사에 반차를 내는 것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평일이어도 제사에 잘 참여를 하던 남편이 이번에는 나에게 속내를 비추었어요.
"제사가 평일이라 쉽지 않네. 일도 많고 주차하기도 스트레스 받고."
"엄마에게 못 간다고 말씀드려."
"엄마가 통할 것 같냐?"
"내가 말씀드려 줄까?"
이번 추석날 시어머니께 남편이 평일이라서 퇴근 후에 오는 것이 힘들다는 식으로 넌지시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도 큰아들은 와야지."
이 말에 남편은 퇴근 후 10분을 걸어서 버스가 서는 정류장에 가서 1시간 10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을 타고 6구간 간 후 10분을 걸어서 시아버지 제사에 갔다가 다시 거꾸로 그 역순으로 집에 가겠다고 했어요.
버스를 타지 않고 자신의 차를 끌고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인데......
부산에서 주차장이 없는 빌라에 사시는 시어머니의 집 근처 길가에 주차를 하는 것이 스트레스인가 보다. 사실 주차 자리도 잘 없어서 시간당 1,000원 하는 주차장에 차를 잠시 주차해야 해요.
내 아들 같으면 평일에 퇴근하고 힘든 아들에게 제사 오라고 강요하지 않겠는데. 다음 날 7시 30분까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
B급 며느리인 저는 2019년 설날 내 아들에게는 제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시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서 분위기가 잠시 싸했어요.
나는 내 아들이 제사에 스트레스를 잡히는 것이 싫어요. 그냥 나를 좋은 엄마, 멋진 엄마로 기억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명절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암튼 남편은 나에게만 말했던 속내를 시어머니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버스를 택했어요.
"생일해주러 안 와도 된다."
시어머니께서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의 생일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오지 말라고 해서 가지 않았어요. 오지 말라고 하는게 굳이......
그런데 그 뒷날 월요일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술을 드시고 전화를 하셨어요.
불같이 화가 났다는 남편.
월요일부터 아이들을 지인에게 맡기고 2박 3일 출장을 가야 하는 저에게는 카톡이 왔어요. 어머니 지인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이 아무 말 없이 왔어요.
뭐지?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묻어두고 꺼내지 않았어요. 남편도 시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전화를 했다는 것을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9년 추석날 사건이 터졌어요. 추석이 빨라서 아들 생일이 추석 5일 전이었네요.
시어머니께서 깜박하셨는지 손자 생일날 조용하네요. 바쁘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뭐, 그렇게 생일이 중요하다고.
추석 날 차례를 지낸 후 밥을 먹다가 이야기 중 아들의 생일 이야기가 나왔어요. 시어머니께서 손자 생일을 깜박했다는 사실을 아셨어요.
평일 아들 생일을 챙겨준다고 저는 바빴다고 하자 남편에게
"왜? 생일을 알려주지 않았어? 나에게 전화라도 했어야지."
"뭐, 생일이 중요하다고. 엄마, 저 바빴어요."
"나는 생일이 중요해. 너희 아버지 살아계실 때도 생일을 꼭 챙겨 달라고 했어."
남편과 저는 생일이 비슷해서 한 번만 하고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거든요. 케잌도 잘 사지 않고 선물은 서로 원하는 것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사는 편이에요.
손자의 생일 때문에 작년 시어머니의 생신 이야기가 나왔어요.
"안 오라고 한다고 진짜 안 올 줄 몰랐다. 한 번은 집고 넘어가려고 했다."
"엄마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오지 말라고 안 오니?"
"오지 말라고 하니 안 갔지요. 차라리 오라고 말을 하세요."
갑자기 시어머니와 남편의 싸한 분위기.
"10년차 며느리면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올 줄 알았다."
"어머니가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오빠가 이야기를 해서......."
"내가 쿨한 것 같지만 소심하다."
"어머니, 친정엄마도 우리 바쁘다고 생신 때 바쁘다고 오지 말라고 하면 때로는 가지 못할 때도 있어요."
"엄마,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나도 남편 있으면 안 그런다."
결혼 11년차.
시어머니의 새로운 레파토리가 생겼네요.
'남편 있으면 안 그런다.'
아직 장가를 안 간 남편의 동생 도련님. 홀시어머니에 홀며느리인 저.
시어머니는 매번 반찬은 있냐고 물으시면서 반찬을 해 주신 적은 없고, 아이 키우면 늙는다고 키워 주신다고 하신 적도 없어요.
작은 정이라도 좀 보여주셨으면 애뜻함을 더 느낄텐데. 자꾸 우리를 이해하기 보다 어떠한 상황에도 강요를 하시는 편이다 보니 남편도 가끔은 저에게만 자기 엄마에 대해 화를 내네요.
친정엄마는 저희가 잘만 살면 된다며 부담을 주시지 않고 택배만 보내주시거든요. 그런 친정엄마에게 남편도 길들여가나 봐요. 매번 주기만 하다가 받는 것에 놀란 남편이거든요.
도련님은 자기 엄마는 편하다고 하는데. 장가를 가서 부인의 말을 들어보아야 알 듯 해요.
어머니, 저는 B급 며느리에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장남 아들에게만 강요하시고, 저에게 맏며느리라며 바라지 마세요. 아들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며느리가 해요.
- 시어머니는 저를 봉으로 아는가 봐요.
- 시어머니의 취득세 독촉장과 취득세 가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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